오브라 딘 호의 귀환(Return of the Obra Dinn) 플레이 후기 : 추리 게임이란 이런 것

게임 리뷰 2020.09.09 댓글 김참깨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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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라 딘 호의 귀환 플레이 후기

    Return of the Obra Dinn

    스팀 평가 : 압도적으로 긍정적

    플레이 시간 : 12.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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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게임 플레이 당시 캡쳐가 포함되어 있으나,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튜토리얼 부분을 이용했습니다. 또한, 게임에서 한글화를 공식 지원하기 전에 플레이한 관계로, 밑의 캡쳐는 전부 유저 패치가 적용됐음을 알려드립니다.(유저 패치는 배포가 중단되었습니다)

    주관적인 리뷰 글입니다.

     

    인디 게임 '페이퍼 플리즈(Papers, Please)'를 너무 재밌게 플레이한 저는 개발자의 다른 게임을 찾아보게 됐는데요. 그러다 이 게임을 발견하게 됐고, 후기가 정말 극찬 뿐이길래 너무 궁금해서 바로 구매해 플레이했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듯 저는 한글화가 되기 전에 플레이했으므로 유저 한글화를 사용했는데요. 플레이를 마친 뒤, 이런 명작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글패치를 제작해 주신 분께 너무 감사했을 정도로 너무x1000000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이 게임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플레이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밌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래야만 하는 게임입니다. 스포일러, 공략, 실황 영상을 본다면 플레이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게임입니다. 돈 날리시는 겁니다. 아무튼, 저는 이 갓겜을 많은 사람들에게 영업하고 싶기도 하고, 사실 장점만큼 단점 또한 뚜렷한 게임이기 때문에 리뷰를 작성하고 싶었습니다. 제 기준 스포일러도 없고 게임 소개도 가능하겠다고 생각되는 캡쳐만 올렸는데요, 사실 아무리 튜토리얼이라고 해도 어쨌든 스토리가 시작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합니다. 튜토리얼마저 스포 당하기 싫다! 하시는 분들은... 어떡하지... 빨리 구매해서 플레이하고 와주세요...

     

    - 독특한 진행방식

    주인공(플레이어)는 시체를 통해 그 사람이 죽을 때의 상황으로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주인공은 계속 시공간을 오가며 오브라딘호에 탔던 사람들의 신원과 사망 원인 등을 밝혀내야 합니다. 다만 여기에 단점이 있다면 사건 순서대로 차근차근 시간을 이동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시체를 이용하냐에 따라 시간여행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뒤죽박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후반부로 갈수록, 배 안에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는 짐작되지만 그 사건의 순서를 가리기 힘들어지고 추리도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추리를 위해 같은 장면을 몇 번씩 확인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럼 원하는 장면으로 돌아가 확인하려면, 그때 죽었던 시체를 찾아야 하겠죠? 이걸 계속 반복하고 같은 장소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다 보면 솔직히 지루하고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 종이와 펜을 준비하세요!

    오브라딘호에 탑승했던 승객은 총 60명입니다. 따라서 주인공은 60명 모두의 신원과 사인을 맞춰야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는 복잡해지고, 같은 장면을 되풀이하다보면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만족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100% 추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국 힌트가 됩니다. 시간여행을 하면 당시 인물들이 나눴던 대화가 음성과 자막을 통해 잠시 재연됩니다. 그때 인물들이 서로를 어떤 호칭으로 불렀는지, 어떤 태도로 서로를 대했는지,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눴는지 전부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영어 악센트까지도요.

     

    그래서인지 플레이하며 승객의 목록과 직책, 국적이 적힌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박 내 직책에 대한 설명은 게임 내에 용어 사전이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박의 도면까지 제공됩니다. 또, 위의 캡쳐처럼 승객 전원이 그려져 있는 그림 속에서도 특정 승객을 찾아 맞춰야 합니다. 즉 옷차림과 얼굴 생김새, 직책, 그 사람이 있었던 장소까지 단서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정말 오직 추리로만 이루어져 있는 게임이에요. 다만 60명이나 되는 인물의 정보, 생소한 직책 이름, 발음하기도 힘든 외국인 이름들 덕분에 조금 과부하가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종이에 메모를 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직접 추리해나가는 동시에 그래픽도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정말 몰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단서가 정말 찾기 힘든 곳에 있기도 하는데, 그런 걸 찾을 때 희열이 장난 아닙니다. 단서를 찾고, 끼워맞추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과정이 추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엄청난 성취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대신 그만큼 끈기가 필요하겠죠.

     

    - 독특한 그래픽

    보시다시피 흑백 수준의 단조로운 색채에, 옛날 게임을 연상시키는 그래픽입니다. 색깔을 조금 바꿀 수 있는 게임 설정이 있으나 다 옛날 게임스럽습니다. 이 그래픽은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적응하기 좀 힘들었습니다. 세피아 톤이 가미된 흑백 그래픽, 거기다 3D를 더하고, 심지어 징그러운 장면을 계속 반복해서 봐야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속이 울렁거리더군요. 게임의 분위기를 만들고 매력을 더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불편할 수 있으므로 참고하세요.

     

    엔딩 크레딧

    - 아쉬운 스토리

    개인적으로 저는 스토리 내용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고 하면 될까요. 서양식 미스테리...? 플레이하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그런데 사실 추리 게임의 스토리가 흥미로워봤자, 말만 추리 게임이지 비주얼노벨에 가까운 경우가 많더라고요. 오브라딘호의 귀환은 추리 게임으로서는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토리가 큰 단점은 되지 않았습니다. 별로 흥미로운 내용이 아니라 아쉬운 정도였을 뿐이죠.

     

    플레이를 마치면 "이게 1인 제작이라고?"소리가 절로 나오실 겁니다. 후기를 보면 이 게임과 관련된 기억을 지우고 다시 플레이하고 싶다는 말이 많은데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기억을 지울 순 없으니 저는 제작자의 다음 게임을 존버하려고 합니다. 추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이렇게 리뷰는 마치겠습니다. 같은 제작자의 다른 게임인 '페이퍼 플리즈'는 다음에 포스팅해보도록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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